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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핔 : [시] 꺼지지 않는 불꽃
가입 : 28 Aug.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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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2 04:49:08 | 조회 (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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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꺼지지 않는 불꽃
 
 
조광태 시인
기사입력: 2017/05/01 [18:43]  최종편집: ⓒ 자주시보
 
 

 

 

 

꺼지지 않는 불꽃
-전태일 평전을 읽고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져도
가난해도 절망해본 적 없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쳤습니다
어머니 누이동생들을 위해 닥치는 대로 살았습니다
가슴속에선 굳어지는 가난의 굴레 벗어던지는 꿈을
모두가 행복해지는 꿈을 위해 우리는 믿음과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평화시장의 착취와 고된 노동을 넘어서고 이겨내기 위해선
현실의 벽을 무너뜨리고 아득함을 부당함을 이겨내기 위해선
싸워서 이겨내는 결심이, 함께하는 마음이, 단단하고 잔인해야 합니다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목숨을 내건
단호한 투쟁이 아니고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억압의 벽 아래 인간의 고통에 대한 모든 인간적인 관심을 포기하고
침묵하고 있는 사회의 저 두터운 무관심의 벽을 깨뜨리는 것도
진정서나 말로 하는 호소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직 불타는 육탄의 항의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육탄의 불꽃은 억눌린 모든 사람을 마음껏 통곡하게 하고
그들의 위축과 좌절을 떨쳐버리려고 일어서게 하려 희망을 품고 일어서게 하려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불꽃은 모든 사람들의 눈 속에서 타오르게 할 겁니다
 
불꽃이 아니면 잔인한 침묵의 긴 밤을 밝힐 수가 없어서
고통의 길로 끌려가는 노동자들에게 삶의 길을 비추는 것은 오직 불꽃일 뿐
불타는 노동자의 육탄일 뿐 얼음처럼 굳고 굳은 착취와 무관심의 질서를
깰 수 있는 것은 죽어가는 노동자의 참혹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불꽃
사무친 덩어리 분해하기 위해 아름다운 색깔의 향을 피우는 불꽃
서로 간에 사랑을 나누면서 진실을 위해 목숨 걸고 저항하는 불꽃
어리석어 채우려고만 하는 욕심과 미워하는 마음 태우는 불꽃
이 목숨을 거는 불꽃은 온 누리 비추는 불꽃은 노동자의 사랑이다
인간답게 살려는 삶의 의지의 폭발이다
 

근로 기준법이 있어서 노동자가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근로 기준법 때문에 노동자의 참상이 더욱더 숨겨져서
한 장의 휴지조각 8시간 노동제는 다 무엇이며
주휴일, 야간작업 금지, 시간 외 근무 수당, 월차, 년차 휴가, 생리휴가,
해고수당, 따위가 다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법이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 목숨 바쳐 세상이 좋아진다면 노동해방을 이룰 수 있다면
어린 여공들이 어린 영혼들이 잔인하게 물어뜯기는 정글 속에서
영혼들의 자유로움 영혼들의 노동해방을 위해
우리가 꿈꾸는 세상 여는 불꽃이 되렵니다.
 

잔잔하고 깨끗한 가슴속에 설레는 꿈 담아보기도 전에
푸른 하늘 마음껏 바라보면서 웃음 가득한 시절 가져보기도 전에
좁은 다락방 피복 공장에서 조끔씩 생을 물어뜯기며
목숨보다 귀한 제품을 만들고 며칠 밤을 꼬박 새우게 하는 약 때문에
눈은 멀뚱거려도 코피 쏟으며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저 모습 차마 바라볼 수 없어
볼 잘 것 없는 나약한 나의 힘이 불끈 두 주먹 쥐고 세상을 향해 울부짖지만
잘못된 세상은 현실의 벽은 무너지지 않아서 주저앉곤 했습니다
 
주저앉을수록 견딜 수 없는 육신의 고통은 독하게 일어서는
밑거름이 되어 어린 여공들을 위해 16시간 노동으로 죽어가는 미싱사들을 위해
노동해방의 꿈이 단단하게 박혀서 고혈을 빨아 자본의 기름기가 반지름 한
저들의 의식을 바꾸려고 일한 만큼 댓가 지불하고 장시간 노동 안 하고
시간 외 수당 지급하는 의식으로 바꿔놓기 위해 일어선다, 불꽃으로 일어섭니다
 
지금도 눈가에 어른거리는 각혈하는 어느 미싱사
먼지구덩이 속에서 습관처럼 일만 하는 저들 하나같이 형광등 불빛 아래
회색 얼굴로 16시간 노동을 날마다 해도 손에 쥐는 것은 무엇인가
의지할 곳 없는 어린 영혼들이 가난의 굴레 짊어진 약점 움켜쥐고
함부로 부려 먹으면서도 더 깊이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고혈을 빠는 저들입니다 


이제 이 고통을 빨리 끝내야 하는데 우리가 믿고 의지해야 할
노동청 근로감독관은 가장 믿지 못할 존재가 되어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숨통을 조여 오는 짐승 같은 저들을 위해 깨끗하고 순수한 여공들을 위해
내 몸에서 피어나는 불꽃은 훨-훨 타오르는 불꽃은 무지의 어둠을 밝히고
여명의 새날은 노동해방의 붉은 태양을 솟아오르게 할 겁니다 
 
이 결단을 두고 오랜 시간 망설이고 괴로워했습니다.
노동해방의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되기 위해
지금 이 시각 완전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나는 돌아가야 합니다. 꼭 돌아가야 합니다
불쌍한 내 형제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 어린 동심 곁으로  
  
  -전태일 평전 부분발췌인용
    전태일 유서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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